6살짜리 윤서는 지금도 엄마 젖맛을 기억한다. “맛있었어요.” 윤서는 태어난 날부터 42개월 동안 젖을 먹었다. 젖 먹는 것도, 젖 떼는 것도 저 혼자 알아서 했다. 4살 무렵, 윤서는 문득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나 5살이 되는 1월1일부터 젖 끊을래요.” 그리고 다음해 1월1일부터 정말 젖을 먹지 않았다. 엄마 젖을 먹고 큰 아이는 지금껏 병치레 한번 없이 씩씩하기만 하다. 요즘 아이들에게 많다는 아토피성 피부염도 없고, 온 가족이 독감에 걸렸을 때도 감기 한번 앓지 않았다. 열한살 차이 나는 오빠와도 대등하게 ‘얘기’할 정도로 어른스럽다. 사람들이 귀찮게 하면 “오빠, 언니, 저리 가서 딴 책 보면 안 될까”라고 타이른다고 한다.

“엄마 젖을 먹고 자란 아이는 활발하면서도 당당하고 정서적으로도 불안한 기색이 없어요.” 윤서 엄마 최민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씨는 딸의 건강이 ‘엄마 젖’ 때문이라고 믿는다. 그는 최근 <엄마 몸이 주는 뽀얀 사랑>이란 책을 냈다. 이 책은 40살에 건강한 아이를 낳아 기르기 위해 그가 겪은 태교·출산·수유 체험기다. <황금빛 똥을 누는 아기> <해맑은 피부를 되찾은 아이>에 이은 최씨의 세번째 자연건강 육아서. 최민희씨는 20년 동안 언론 민주화운동을 해온 ‘운동가’로 더 잘 알려져있다. 자연건강법을 함께 나누는 엄마들의 모임인 ‘수수팥떡’( www.asamo.or.kr)의 대표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직함에 앞서 그는 두 아이의 엄마다.

“1997년 우리나라의 모유 수유율이 10%일 때 일본은 15%였어요. 그런데 일본은 지금 37%예요. 우리나라는 갈수록 떨어지구요. 아이의 건강은 국가의 미래라잖아요. 소박한 애국심에서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둘째 아이에게 모유 먹이기를 고집하게 된 것은 첫째 용혁이를 키운 경험 때문이었다. 최씨는 첫 애를 가졌을 때 임신인 줄 모르고 약을 마구 먹고 화학첨가물이 든 식품을 많이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용혁이는 태어날때부터 몸이 매우 약했다. 17세인 용혁이는 단식과 섭생요법으로 건강해졌지만 분유를 먹고 자라선지 갓난애 때는 천식과 알러지에 비염까지 달고 살았다. 젖몸살, 유선염 때문에 너무 힘들어 모유 먹이기를 중단하려고 했을 때 계속 젖을 먹이라고 권한 이도 아들이었다. 용혁이는 사뭇 진지하게 “나처럼 약하게 하지 말라”며 젖을 충분히 먹이라고 했다.

“모유 먹이기는 엄마의 의지와 가족의 협조가 뒷받침돼야 해요. 가능하면 모든 아이들이 엄마 젖을 먹고 자랄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노력해야죠. 출산 휴가도 아이들이 이유식을 먹을 수 있는 6개월까지 늘였으면 합니다.”

최씨의 책을 보고 민중가요 작곡가 윤민석씨는 ‘모유송’을 만들기도 했다. 모유 먹이기 물결을 만들기 위한 작은 노력이다. 최민희씨는 앞으로 모유 먹이기를 위한 강연과 함께 캠페인을 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