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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제목 |
[기사퍼옴] "사회 도움없는 일·육아 직장여성 병들수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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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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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ze75(구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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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05-06-23 오후 3:48: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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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
594 |
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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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도움없는 일·육아 직장여성 병들수밖에”
[세계일보]2005-06-23 50판 25면 1583자
“PD 생활을 하면서 힘들고 어려웠던 일들을 사진을 통해서 털어냈어요. 사진은 간암 판정을 받기까지 사회로부터, 자신으로부터 받았던 상처들을 어루만지고 위로해 주는 작업이죠.” SBS ‘진실게임’, ‘모닝 와이드’ 등을 연출한 홍수정(35·사진) 씨는 지난 16일부터 종로구 신문로 성곡미술관에서 ‘판타스틱 아시아―숨어진 경계, 새로운 관계’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는 제3회 여성미술제에 ‘퀸콩’이라는 이름으로 참가하고 있다. 한국작가 7명 중 한명의 자격으로 ‘왕콩광녀전―간이 배 밖에 나온 여자’라는 작품 등을 선보이고 있다.
홍씨는 2000년 간암 판정을 받고 직장을 그만둘 때까지의 여성으로 겪은 직장 내 스트레스와 고충을 사진으로 담아냈다. 특히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면서 겪는 현대 여성의 고단한 삶을 풀어냈다.
◇‘간이 배 밖에 나온 여자’ 홍씨는 “여자들이 갖고 있는 완벽주의를 짚어보고 싶었다”며 “사회의 도움 없이 혼자서 일과 육아에 짓눌려 살다가 결국 병이 돼 터져 나온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홍씨가 여성을 주제로 한 사회 문제를 표현하는 작품을 하게 된 데에는 그의 실제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PD로 일할 당시 육아와 직장 일을 동시에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심하게 시달렸다.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해 간암 판정을 받고 간의 3분의 2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올 초에 암이 재발해 항암제를 맞으며 투병을 했다. 그는 “육아와 직장에 완벽하려 했던 내 자긍심과 성취욕은 간을 도려내면서 함께 잘라졌다”고 말한다.
◇‘핑크 장난감’ ‘간이 배 밖에 나온 여자’라는 다소 우화적인 제목의 작품들은 그의 경험과 함께 수궁가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그는 “수궁가를 보면 용왕이 거북이에게 건방진 토끼의 간을 찾아 가져오라는 명을 한다”며 “이 시대에 건방진 토끼는 감히 애를 키우면서 직장을 다니는 여자”라고 꼬집었다.
홍씨는 우리 나라에서 ‘아이를 가진 여자’가 직장을 다니는 어려움에 대해 자신의 입사 경험을 통해 설명했다.
◇‘간을 꺼내자’ “아이가 있다는 것을 속이고 SBS에 입사를 했죠. 나중에 사실을 알게 된 회사에서는 저를 해고하겠다고 하기도 했어요. 그때는 회사에 무척 미안했지만 동시에 돌 지난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점이 괴로웠어요.” 그는 또 회사에서 “여자라서 힘들지 않겠느냐”, “출장 갈 수 있느냐”는 성차별적인 말을 들을 때마다 오기가 생겼다. 그러다 간암에 걸리면서 그는 많은 것을 돌아보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나를 이렇게 만든 ‘원흉’도 보이더라”면서 “그것에는 내가 손에 움켜쥔 채 놓지 못한 것들도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슈퍼우먼’ 치료를 하면서 대학 때 관심을 가졌던 카메라의 매력에 다시 빠졌다. 영화를 만들려고 시도를 했지만 혼자서 해내기에는 부담스러운 점이 많아서 대신 ‘스틸 사진’을 택했다. 앞으로는 영상설치 미술로 영역을 넓혀 나갈 계획이다.
“병이 완치만 된다면 간암에 걸린 것이 오히려 제 인생의 축복이 될 수도 있어요. PD 일을 하면서 사회 권력에 묻혀 살았다면 지금처럼 생각하고 질문을 던질 수 없었을 겁니다. 지금 일은 또 정년이 없이 80∼90세까지도 할 수 있다는 점도 좋죠.”
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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