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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제목 |
아토피안- 나, 윤희를 만나다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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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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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osheo(허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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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08-06-09 오후 2:42: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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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
1544 |
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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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허윤희 남편, 이준석
내가 아내를 다른 시각으로- 단순 아르바이트생이 아닌- 보게 된 것은 그녀가 쓴 몇 개의 단어 때문이다.
달날, 물날, 흙날.......
처음 이 단어들은 내게 언뜻 다가서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아, 하는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일주일을 음이 아닌 훈으로 표기한 것이었다.
이 조금은 생경한 표현법은 아내와 다른 사람들을 분리시켰다. 그녀의 선은 뚜렷해졌고 움직임은 명징했다. 꿈을 꾸고 있어요, 라고 나는 정산을 하며 말을 걸었고 매트기로 발주를 하며 봄이에요, 봄. 사람들이 웃는, 사람들이 재잘대는, 아이들이 달리며 하하 거리는 봄이라고 혼자 말을 걸었다. 하지만 정작 힘겹게 다가가 내가 공기를 가르며 던진 말은 거기 놓인 계산기 좀 주세요, 이었다. 언제나 아내의 손동작은 신중했고 사무적이었으며 횅한 공기는 우리 사이를 메웠다.
할 일이 없는 난, 할 일은 많으나 일 하는 것을 좋아 하지 않는 난, 멍하니 사무실로 들어가 CCTV로 아내를 바라보거나 일주일 동안 변함없이 입고 다니는 아내의 붉은색 면 잠바를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 변함없이 걸리는 잠바는 나의 가슴을 따뜻하게, 아프게 했다. 나는 조심스레 아내의 붉은 색 잠바를 만졌고 냄새를 맡았다.
당신은 아주 먼 곳에서 왔어요. 아니 아주 가까운 곳에서 왔죠. 하지만 난, 보지 못하고 듣지 못했죠. 그래요. 대한민국이 전국을 누비던 때에 당신은 어디서 무엇을 했을까요.
아내가 문득 움직이면 나는 사무실을 서성였고 워크인으로 들어가 차가운 음료수들을 앞으로 밀었다. 나는 찬바람이 쌩쌩 부는 워크인과 손을 시리게 마드는 캔을 만지면서도 봄을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리고 문득, 기억조차 희미한 봄이, 내게 왔단 것을 알았다.
나는 할 일 재껴두고 밖으로 나갔다. 아내에겐 ‘잠시 나갔다 올게요.’ 라고 한 마디만 던져놓고 두터운 유리문을 밀었다. 봄은 회색빛 건물과 차가운 전봇대, 그리고 과일을 파는 노점상 아저씨의 겨울 모자에도 명징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얼마나 긴 시간이었을까.
소리는 튕겨 올랐고 흩어졌다. 길은 봄의 가지처럼 새로이 뻗어갔고 사람들은 새로 쏟은 잎처럼 그 주위에 매달려 살살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그 가지 속으로 몸을 담갔다.
꽃이 활짝 핀 가지들이 담장을 넘어 뻗어 있었다. 좁은 길을 따라 꽃들은 아우성을 치며 작은 바람에도 흔들렸다. 나는 아주 먼 길을 걸었고 그 보다 더 먼 공간을 자유로이 드나들며 잊었던 잃어버렸던 냄새와 소리, 촉감을 느꼈다. 봄의 빛은 구석구석 나의 몸속으로 파고들었고 알 수 없는 기쁨이 몸을 타고 흘렀다. 나는 벚꽃이 흐드러진 담장 앞에서 휴대폰을 꺼내 아내에게 문자를 보냈다.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생뚱맞게 짧은 문자를 보내고 나는 다시 길을 따라, 꽃을 따라 걸었다. 그리고 아무 일 없었던 듯 매장으로 돌아와 아내를 지나 창고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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