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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주:수수팥떡ASAM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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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제목 |
아토피안 -골목길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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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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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osheo(허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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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08-03-31 오후 2:22: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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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
1671 |
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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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허윤희 남편, 이준석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나의 무덤으로 왔다.
“애새끼 둘 데리고 놀기에 집이 너무 좁다. 내가 마니 하나였을 땐 이런 생각 안했는데....... 이젠 좀, 숨이 막힌다.” 아내가 말했다.
“글쎄, 난 잘 모르겠다. 신림동 달동네 살 때나 개봉동 아파트 살 때나 온수동 빌라 살 때나, 처음만 좀 좋고 나쁘지 살다보면 다 똑같던데.”
“나도 노량진에서 혼자 살 때만 해도, 방 하나면 어 때, 아무렇지 않았어. 하지만 결혼 하니까 다르고 마니 하나 있을 때 다르고 마니랑 해루랑 둘 있을 때 다르고.......”
“그건 우리가 점점 게을러져서 그래. 그래도 그댄....... 수민이넨 깨끗하니 숨 쉴만하던데........ 거기 우리랑 별만 다르지 않잖아” 내가 말했다.
“뭐 하나 놓을 때가 있어야지. 빨래를 밖에서 말릴 수 있나 방이 달랑 두 개라 아이들 놀이방을 만들어 줄 수가 있나, 그러니 물건들이 쓰레기처럼 쌓이기만 하고, 어디 엄두가 나야지.”
“잠깐이면 돼. 내가 깨끗한 집을 원하는 것이 아니야. 잠깐, 아주 잠깐,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것 없이 쓰레기처럼 이라도 얹어 놓으면 되지.”
“어머님이 온수동 살 때, 그 빌라라면 같이 살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몰라. 아니다. 마당이 있는 시골집에서 살면 좋겠다.”
“아파트 정말 살 것 못 되. 내가 그 때 아토피가 정말 심했잖아. 얼마나 건조한지 신림동에선 그냥 놔둬도 싱싱하게 자라던 벤자민이 그곳에 가자마자 말라죽었다니까. 그 후로 두 개를 더 사다 길렀는데 다 말라 죽었어. 그리고 공중에 붕 떠 있는 기분이라니........ ”
“빌라....... 빌라의 빌 자도 꺼내지마. 정말, 사람들이 왜 아파트, 아파트 하는지 알 것 같다니까. 우리가 새 빌라에 들어가 살았잖아. 정말 모든 게 얼마나 허술한지, 옆집에서속삭이든소리다들리지부엌의수납장은겉만번지르하지외관은스티로폼위에시멘트뿌려마무리했지거실벽은결로로물이줄줄흘러내려걸어놓은액자가휘어버렸지하수구가역류해방에물이들어와도업자는나몰라라하지뭐인테리어를하던업채가오다를받아지었대나어쨌대나그때우리어머니한숨에집안식구모두일년만에십년씩늙어버렸어.”
“나는 온수동 빌라 괜찮던데.......”
“그건 제대로 살아보지 않아서 그래.”
“그렇게 가려워?”
“내가 정신을 못 차려서 이런다. 휴.”
“피나네.”
“그래도 겉으로 보는 것과 같이 심하진 않아.”
“일하는 시간 때가 들죽날죽 해서 그래.”
“어쩔 수 있나. 아르바이트가 빵구나면 내가 때워야지.”
“이 놈의 24시간 편의 점 일....... 내가 처녀 때는 꼭 있어야 하는 게 24시간 해장국 집과 24시간 편의점이었는데.......”
“....... 그렇지.”
“그만 긁어.”
“.......어, 휴.”
“시골로 내려가서 살고 싶다.” 아내는 내가 긁고 있는 다리로 머리를 드밀며 말했다. 나의 눈에 아내의 하얀 젖가슴 살이 들어왔다.
“....... 어디로? 충주?”
“ 그래도 아는 사람이 있는 곳이 낫잖아.”
“뭘 먹고 살아.”
“사람이 죽기야 하겠어.” 아내는 말했다.
“죽어.”
“어떻게?”
“어, 어, 어.......” 나는 아내와 하고 싶었다. 그러나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 지 알 수 없었다. 우리가 관계했던 시간은 너무 멀어 살갛에 닿지 않았다. 나는 침을 삼켰다. 어색하지 않게 다가가는 방법을 잊어 버렸다. 아니, 그렇게 말하기보다 긴 침묵을 깨고 다가 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죽지, 않을까?” 내가 말했다.
“오늘은 몇 시에 나가?”
“오늘, 오늘 음, 3시 30분엔 여기서 나가야겠다.” 시계를 바라보니 1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을 뿐이었다.
“요즘은 아이들 대리고 통 밖에 못 나가네.” 아내가 말했다.
“날씨가 춥잖아. 어쩌겠어, 당분간은 좀 참아야지.”
“해루가 감기에 자주 걸리네.”
“우리가 요즘 냉온욕을 잘 못 시키니까 그런가.”
“우리라....... 그냥 목욕 안 시킨 지도 꽤 됐다. 살도 허옇게 일어났고.”
아내와 나의 시선은 조금씩 빗나갔고 부딪쳤다가도 멀어졌다. 나는 용기를 내어 아내를 향해 다가갔다. 그 때, 큰 방에서 잠에서 깬 해루의 울음소리가 꾸역꾸역 방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머뭇거리던 아내는 일어나 큰 방으로 갔고 기어가던 나의 몸은 그대로 굳은 채 네발 달린 짐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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