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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제목 |
아토피안- 다시오지마!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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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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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osheo(허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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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08-03-11 오후 9:51: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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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
1573 |
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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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허윤희 남편, 이준석
그 땐, 불가능한 일었다.
가게를 쉰다니! 24시간 불을 밝혀야 하는 가게를 어떻게 쉰다 말인가!
그만 두면 된다. 그러나 내 마음속엔 그만 두면 안 되는 이유 100가지가 꽈리를 틀고 앉아 있었다.
나는 그 때까지 아무 것도 모르는 바보였다. 아토피의 근치가 오랜 시간 음식과 환경, 자신을 다스리는 일이라는 것을.
배독 법을 위해 의사가 처방해 준 방법은 찜질 요법이었다. 습한 찜질이 아닌 건조한 찜질방에서 땀을 충분히 빼내는 것이었는데 손님의 소동으로 두 번째 갔을 때 쫓겨나고 말았다.
“그렇다고 물러서면 됩니까. 자신의 권리를 찾으세요. 아토피는 옮는 전염병이 아닙니다. 제가 소견서를 써 드릴 테니 꼭 하도록 하세요.” 의사는 말했다.
나는 의사의 "권리"라는 말에 나약한 소시민이 되어 버렸다. 나는 나약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찜질방으로 돌격했으며, 찜질방에 깃발을 꽂았다.
“저, 아토피는 전염병이 아닌데요....... 여기, 의사 선생님이 소견서도 써 주셨고요....... 제가 절대상처보이지않게내복에양말까지신고조용히찜질방에만들어갔다가사라질게요. 네.......”
나는 당당하게 찜질방을 나왔다. 손에 15000원을 주고 산, 찜질방에서 입는 티와 반바지를 들고. 나는 자신이 자랑스러웠고 이 "권리의 쟁취"를 의사선생님에게 빨리 알리고 싶었다.
오만가지 눈치를 보며 며칠간 찜질방을 이용했다. 그러나 상처는 얼굴까지 올라왔고 더 이상 나의 몰골을 감출 수 있는 방법은 없었으며 견뎌낼 힘도 다 빠져버렸다.
나는 스스로 찜질방에서 후퇴했으며 한방치료도 중단했다. 의사 선생님에겐 미안했고, 서운했다. 나는 그가 양방치료와는 다르게 나의 모든 것을 더 고려해 주길 원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나의 문제들이 나를 벗어난 어느 어두운 구석에서 출반한 것이 아니라 엄연히 나의 표피 안에 존재하는 어느 공간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나는 한방치료를 중단하고 집에서 자연요법을 실시했다. 그리고 가게는 어머니에게 맡기고 한 달 간 쉬었다. 어머니의 얼굴은 힘든 내색이 역력했지만 모자 쓰고 장갑 낀 흉측한 몰골로 “어서 오세요, 안녕히 가세요.” 를 말하는 아들에게 “ 난 못 한다.” 라고 말할 수는 없었으리라.
가려움이 뼈 속까지 스미는 느낌을 그대는 아는가. 아무리 살을 파내고 진물과 피가 섞여 흘러도 가려움은 멈추지 않는다. 살을 파내는 손가락에 힘이 너무 들어가 손가락마디가 부러지고 살의 근육이 부풀어 터져버릴 것 같은 팽창감 속에서 미친 듯 멈춰! 멈춰!! 멈추란 말이야!!! 라고 외치며 눈물을 흘려도 손은 멈추질 않는다. 가려움은 창으로 스미는 여명 속에서야 조금씩 잦아들 뿐이다.
쾡한 나의 눈과 비쩍 마른 몸, 진물과 피로 몸에 달라붙은 내복이 유령처럼 시간과 공간을 좀먹고 몸에서 떨어진 하얀 각질이 눈처럼 집안을 점령하고 내려 앉아 희망을 묻고 있을 땐, 나의 육체와 정신은 하이에나도 먹다 버린 겨울 사막의 썩은 고기가 된다.
탈스를 시작한지 두 달 만에 나는 양방 병원으로 갔다. 마음은 씁쓸하며 홀가분했다. 가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나는 넓은 카우보이모자에 흰 장갑을 끼고 나의 육체를 끌고 갔다. 나는 화학 약품 냄새가 가득한 공간에 몸을 밀어 넣었고 작고 둥근 의자 위에 던져 놓았다. 그러자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몰려와 네모난 상자에 나를 가두고 3주치의 약과 연고를 처방했다.
“더 필요한 거 있어요?”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말했다.
“더모 베이트가 처방됐나요?”
“아니요. 그 것보다는 약한 것이 처방됐습니다.”
“저에 대해 궁금한 거 없으세요?” 나는 물었다.
“네?”
나는 나의 몸을 하얀 방에서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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