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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제목 |
아토피안-폭식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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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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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osheo(허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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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08-01-07 오후 3:3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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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
1692 |
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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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허윤희 남편 이준석
내가 집으로 돌아와 한 일의 절반은 방귀를 끼는 일이었다. 평소와 다르게 구멍을 통해 삐져나온 가스는 지독한 냄새를 풍겼고 아내와 아이들에게 민망할 뿐 아니라 혹여 아내가 나의 만행을 눈치채지나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그러나 아내는 나의 지독한 방귀냄새에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나는 가려움에 밤새 몸을 긁어대며 끊이지 않고 방귀를 껴댔는데 그 냄새가 아침 6시, 가려움과 지친육체가 병아리처럼 조아리며 암흑 속으로 서서히 빨려 들어갈 때까지 방안에 가득 차 떠돌았다. 나는 잠이 들기 전 뱃속에 들어찬 잡탕들을 쓸어내기 위해 마그밀 6알을 먹었고 아침에 일어나 4알을 또 먹었다. 그러나 배의 포만감은 아침에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똥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두세 시간 눈을 붙이고 다시 가게로 향했다. 가게로 들어서자 나의 어머니가 손님을 받느라 분주했다. 나의 노모의 눈은 괭하니 깊었고 밤을 샌 관계로 졸음이 눈에 가득했다. 나는 긴 시간 가게를 지키고 있는 어머니에게 가게 문을 들어 설 때마다 미안했고 아이들과 제대로 놀아주지도 못하고 목욕을 비롯해 집안일을 도맡아 해야 하는 아내에게도 마음이 아팠다. 나는 다시 스테로이드제를 쓸까하는 마음도 잠시 들었지만 다시 그 깊고 축축한 수렁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슈퍼바이저한테선 무슨 얘기 없냐?”
어머니의 목소리가 건조하게 공기 속으로 흩어졌다.
“아직.”
“안되면 4월 달까지 그냥 하자.”
어쩜 이 말속에는 가게에 대한 어머니의 미련이 담겨 있는 지도 몰랐다.
“내가 2월 달에 충주로 내려가면 가게 어떻게 운영 할려구? ”
어머니는 거친 손등으로 입술만 훔칠 뿐 아무런 말이 없었다.
“12월 말까지 말이 없으면 한마디 해야지. 그럼 지들도 무슨 말이 있겠지.” 나는 말했다.
“뭐라고?”
“2월까지 끝내주지 않으면 담배권 못 준다고.”
“안되면 그냥 하자.”
우리가 뭐 꿀릴 것 있다고 그냥 해! 그러면 담배권 안 줄 거야, 왜 줘!
난 괜스레 흥분하여 목청을 높였다. 얼굴에 열이 올랐고 눈 주위가 당기며 가려워졌다. 나는 안경을 벗고 옷소매로 눈 주위를 꾹꾹 누르다 조금씩 문질렀다. 검정색 가디건 소매엔 흰 각질들이 달라붙어 선명했다. 툭, 툭 소매를 털었다.
“가렵냐?”
“.......조금.”
“아빠가 자연요법인가 뭔가 하면서 니 비쩍 말라 해골이라며 걱정이다. 나도, 이제 가게 지겹다. 니 아빠 술 취한 밤손님이랑 실랑이하는 것도 보기 불안하고....... 그래도 어째, 안되면 계약 만료 때까지는 해야지.”
나는 편의점을 올해로 7년째 하고 있다. 정말 긴 시간이다. 이것은 편의점을 운영해 본 사람이 아니면 내 심정 정확히 이해하긴 힘들다. 나 또한 1년도 안 돼 꼬꾸라질 일이었지만 넥타이공장 봉제 일을 그만 두시고 나를 도와주신 어머니가 있었기에 오늘까지 왔다. 아버지는 2년 전쯤부터 이발소를 정리하시고 가게 일을 하셨다.
나도 어머니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이 원하는 대로, 법과 돈, 그리고 시간적으로 약자인 우리가 순순히 물러서는 모양이 가슴을 짓눌렀고 이것이 나의 삶에서 옳은 선택인가 하는 아쉬움이 일었다. 한편으론 내가 돈에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도 뒤따랐다. 우리가 지향하는 삶과 배치되는 행위라는 아내의 말도 가슴을 떠나지 않았고 우리의 계획이 그 일로 인해 어긋나고 다시 자본주의와 프랜차이즈의 족쇄를 달아 좌초할까 두려웠다. 나는 아토피와 24시간 영업을 집어 던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러나 안정적 수입에 대한 욕심은 쉬이 던져버리지 못했다. 그 간절함 속에서도 문득, 문득 가게를 유지하면서 나의 꿈과 아토피를 근치할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했으니....... 그 안에 답이 없음을 안다.
“식사하세요.”
어머니는 충혈 된 눈을 깊게 한 번 깜박이더니 사무실 겸 창고로 들어가 집에서 가지고 온 찬밥을 들고 나오셨다. 그것을 전자렌즈에 넣고는 한 참을 밖을 바라보셨다. 나는 손님을 받으며 어머니의 등을 힐끔 거렸고 밑으론 방귀를 끼었다. 11시간동안 밤을 새면서도 늦게 나오는 아들에게 한마디 원망도 않는 나의 어머니....... 나는 할 말이 없는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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