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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제목 |
내가 발라줄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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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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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osheo(허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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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07-12-27 오후 5:03: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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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
1868 |
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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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허윤희 남편 "이단"(필명)
->10월부터 탈스와의 결별을 선언. 이 문명속에서 아토피안으로 살아간다는 것, 끊임없는 길들여진 음식의 유혹과의 사투,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주변과의 관계등을 남편이 작가의 정체성을 가지고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마니와 목욕을 했다.
나의 좋지 않은 몸으로 인해-탈 스테로이드로 인해 몸에 발진과 가려움이 심해졌다- 아내와 족탕과 목욕을 하던 마니다.
처음엔 세수와 손발만 씻기려했으나 마니의 물장난으로 아이의 몸이 다 젖었다. 언제나처럼 내가 먼저 목욕을 하고-그 동안 마니는 똥꼬와 잠지를 씻고 팬티에서 냄새가 난다며 열심히 팬티를 빨았다- 마니를 목욕시켰다. 찬물로 마무리를 할 땐 나의 두 다리를 끌어안고 아빠를 외쳐대는 마니. 추워진 날씨로 인해 수건으로 몸을 닦고 화장실을 나왔다.
꼼꼼히 발라야해. 아빠가 힘들어서 마니랑 해루랑 엄마랑 놀지 못해.
아빠는 피부가 힘들어서 그런 거야. 내가 발라 줄게.
마니는 내 몸에 로션을 바르며 말했다. 마니는 열심히 로션을 짜다가 나의 몸에 발라댔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두드릴 땐 제법 몸에 달라붙었다.
엄마가 그래?
어. 아빠는 몸에 상처가 많아서 힘들데. 피부가 나으면 마니 책도 읽어주고 밖에 산책도 가고 공원도 가고. 내가 발라줄게.
마니는 나의 등과 허벅지, 종아리까지 열심히 로션을 짜다가 발랐다. 그리고 내가 마니의 몸에 로션을 발라주었다. 로션을 다 바르자 마니는 나의 허벅지에 올라서서 "개구리 소년"을 부르며 뛰었다. 나는 마니의 몸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마나가 한 말들을 생각했다. 어느새 또 저만큼 자라버린 아이. 나는 나를 이기지 못해 아이에게 화를 냈던 일들이 떠올랐다. 마니는 엄마에게 깨끗한 이를 보여준다며 부엌으로 갔고 나는 벗어 놓은 안경을 찾았다.
안경은 심하게 뒤틀리고 한쪽이 반으로 갈라져 있었다. 내가 안경을 심각하게 들어다 보는 사이 마니는 다시 작은방으로 왔다.
아빠가 잘 올려놓아야지요? 밑에 내려놓으면 안돼요. 위험해요. 가다가 넘어질 뻔 했어요.
그래.
나는 마니에게 달리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이 기회에 안경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해루를 재우는 동안 마니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언제나처럼 앉아서 듣던 마니는 시간이 지나자 이불 위에 누웠고 연신 하품을 하다 두 눈을 감았다.
만물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주고받으며 자란다. 나는 언제나 아이들에게 나쁜 환경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나 마음은 행동과 일치하지 못해 아이들에게 나쁜 상처를 남기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탈 스테로이드로 인해 신경이 예민해지고 있다. 이 과정들을 슬기롭게 넘겨 아이들과 아내를 힘겹게 하지 않기를.........
오늘의 고통이 내일의 좋은 씨앗이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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