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그닥 안녕하지는 못합니다.

국회에 들어올 때 속으로 ‘뭐 그까짓 거 열심히 하면 다 잘 될거야’ 라는 심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정치권 밖에서 바라보았을 때 정치인들이 그다지 유능하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국회에 들어와서 보니 ‘내가 얼마나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가’ 절실히 느꼈습니다.

일부 구태에 젖은 국회의원들이 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제가 직접 의정활동을 하며 만나는 야권 국회의원들 그리고, 새누리당 젊은 의원들은 너무나 유능하고, 너무나 열정적인 분들이었습니다.

지역구 의원 대부분은 ‘걸어다니는 귀신’이었습니다.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쪼개쓰면 그렇게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을까 감탄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그럴때마다 ‘내가 지역구 국회의원 아닌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혼자 되뇌이곤 합니다.
저는 국회에 들어와서 정치불신, 정치인 불신, 정치혐오의 상당부분이 보수 언론과 보수 정치권에 의해 만들어진 ‘모함’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정치혐오증에 빠지면 국민들 투표율이 떨어지고, 투표율이 떨어지면 고정 지지층을 가진 보수 정치권에 유리하기 때문에 보수 언론과 보수 정치권이 끊임없이 정치에 대한 반감을 부추긴 것입니다.

한편, 저는 아토피 아이를 키운 ‘수수팥떡’ 대표 엄마로서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의정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예전보다 외모에 약간 신경을 더 쓰고, 다른 사람의 평가에 약간 신경쓰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아 저는 여러분과 함께 할 때와 거의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아, 자가용을 타고 다녀 아랫배가 조금 더 나왔습니다.
본래 걸어다니는 것을 좋아하던 제가 늘 자가용을 타게 된 것은 많은 일정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가용이라고 하니, 멋진 세단을 연상하시겠지요? 저는 신라영 전 국장의 ‘모닝’을 타고 다닙니다.
‘작은 차의 허세’, 그런 것 없습니다. 돈을 아끼고자 하는 열망 하나뿐입니다.

국회의원으로 산다는 것, 정말 돈이 많이 듭니다. 국회의원 평균 차가 카니발이라고 합니다. 카니발을 타려면 월 250만원 정도가 소요됩니다. 저도 알뜰살뜰 돈을 모아 내년 후반기엔 ‘모닝 탈출-카니발 입성’ 이루고야 말겁니다.

회원여러분, 국회의원이 의정활동을 하는 궁극적 목적은 수수팥떡가족사랑연대의 목적과 다르지 않습니다. 여자가 걱정없이 아이를 낳아 잘 키울 수 있게 해주는 것. 그를 위해 입법하는 것. 이것이 국회가 있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제가 ‘수수팥떡’ 활동을 국회에서 연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에게 국회는 약간 넓어진 ‘수수팥떡’입니다.

이번 한가위 가족 밥상에 ‘문재인식 정치’, ‘박근혜식 정치’, ‘안철수식 정치’라는 요리가 오르겠지요.
어떤 요리가 영양 좋고, 맛 좋고, 잘 부패하지 않는지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한가위 장거리 이동하실 때, 죽염, 매실액기스, 감잎차 챙기는 것 까먹지 않으셨죠?

언제 어디에 있든 우리는 수수팥떡 안에 하나입니다.
풍성하고 행복한 한가위 되소서!

2012. 9. 28
최민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