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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제목 |
[기사] 왜 엄마하고 한 약속을 안지킬까요? - 엄마와의 약속을 안지키는 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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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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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ze75(구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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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13-01-05 오후 5:19: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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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
2889 |
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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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엄마하고 한 약속을 안 지킬까요?
한겨레
2013. 01. 04
조선미(아주대 의대 정신과학교실 교수)
엄마는 오늘 동재를 데리고 마트에 다녀오려고 한다. 그런데 집을 나서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그 동안 장난감 코너만 가면 장난감을 사달라고 울면서 떼를 쓰는 동재 때문에 난감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오늘은 단단히 약속을 받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동재야, 오늘 엄마하고 마트에 갈 건데 오늘은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면 안 돼!”
“왜?”
“지난번에 두 번이나 사줬잖아. 이번에는 반찬하고 과일만 사올 거야. 약속할 수 있지? 약속하지 않으면 안 데리고 갈 거야.” “알았어. 알았어!”
“약속한 거야! 절대 조르면 안 돼. 엄마하고 약속 지켜야 돼!”
엄마는 거듭 다짐한다. 다섯 살이면 말귀를 알아들을 때도 됐으니 오늘은 약속을 지키겠지? 그렇지만 엄마의 믿음은 장난감 코너에 도착하자마자 산산이 부서졌다. 동재는 평소와 조금도 다름없이 장난감 코너가 보일 때부터 엄마를 조르기 시작했다. 약속을 상기시켰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한바탕 떼를 부린 동재는 작은 장난감 하나를 손에 쥐고서야 잠잠해졌다.
장을 보고 집으로 향하는 엄마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약속이라는 게 사회생활의 기본인데 엄마하고 단단히 약속하고도 이렇게 우습게 어기니 나중에 다른 사람들과는 어떻게 지낼까 싶다.
아이들이 부모의 말을 어느 정도 알아들을 때가 되면 “이건 이렇게 하자, 저건 하지 말자”라는 부모의 말에 알았다는 대답을 한다. 평소에는 잘 참지도 못하고, 하려고도 안했던 것인데 고개를 까닥이며 알았다고 하면 아이가 이만큼 컸구나 하는 대견함과 함께 마음 한구석에는 불안이 스며온다. 말만 하고 지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다짐과 약속을 받으면 설마 지키겠지 하는 마음으로 아이에게 약속하자는 말을 하고, 그것만으로도 부족해 새끼손가락을 걸게 한다. 불안한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즐거운 놀이라도 되는 양 두 번 세 번 엄마와 손가락을 건다. 그런데 막상 그 상황에 부딪힌 아이는 돌변한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르고 떼를 쓰고, 아무리 약속을 상기시켜도 들은 척 만 척 제 고집만 부린다.
약속이란 미래의 일에 대해 상대와 미리 정하고 다짐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지금 당장의 일이 아니라 앞으로 생길 상황에 대해서 자기행동을 조절하겠다고 결심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이들에게 있어서 감지할 수 시간은 현재뿐이다.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지 않겠다는 건 마트에 가기 전 집안에서의 일이지 눈앞에 장난감이 즐비한 상황에서도 조르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약속이라는 단어는 지나치게 개념적이고 추상적이라 알아듣기 어렵고, 심지어 약속한대로 하는 일은 거의 가능하지 않다. 약속대로 행동했다 해도 약속을 상기시켜서 자기 행동을 참았다기보다는 그 때 우연히 그렇게 하고 싶었다거나 엄마의 부릅뜬 눈이 무서워 한 것뿐이다.
그럼 아이의 사회성은? 아이가 약속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자기 행동을 어느 정도 조정하려면 학령기 중반이나 되어야 가능해진다. 즉, 저학년 때까지는 약속이라는 걸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엄마와 새끼손가락을 걸고 흔드는 것.”
“엄마가 정한대로 하지 않으면 평소보다 더 심하게 혼나는 것.”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정말 나쁜 애라는 말을 듣는 것.”
따라서 아이가 약속이라는 말을 충분히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으며, 자기 행동을 조절할 수 있을 때까지는 약속을 하지 않는 게 맞다. 약속을 하게 되면 아이는 사회성을 걱정한 엄마로부터 평소보다 두 세배로 더 혼나게 된다. 약속이 뭔지 모르는 아이로서는 이보다 더 억울한 일이 없다. ‘절대 사주지 않을 거야, 울면 바로 집에 올 거야’와 같은 식으로 문제 상황에서 엄마가 어떻게 조치를 취할지 구체적으로 말하고, 말한 대로 지키면 아이는 굳이 새끼손가락을 걸지 않아도 약속이 무엇인지 점차 배워나가게 된다.
http://babytree.hani.co.kr/930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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